심근증(Cardiomyopathy)
1. 정의
심근증은 심장 근육 자체의 원발성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질환군입니다. 이는 허혈성 심질환, 고혈압, 판막질환 등 외부적 원인이 아닌, 심장근 자체의 병변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며, 심실의 구조적 변화와 기능적 장애가 동반됩니다.
2. 분류 (WHO 및 ESC 분류 기준 기반)
주요 심근증의 형태
확장성 심근증 (DCM) | 심실 확장 + 수축기 기능 저하 | 심장 박출률(EF) 저하, 울혈성 심부전 | Titin (TTN), LMNA 돌연변이 |
비대성 심근증 (HCM) | 벽 비후 + 이완기 장애 | 좌심실 유출로 폐쇄 가능, 부정맥 위험 | β-MHC, MyBP-C 유전자 돌연변이 |
제한성 심근증 (RCM) | 심실 이완기 기능 저하, 벽은 정상 | 심방 확장, 심실 강직성 증가 | 아밀로이드증, 사르코이드증 |
부정맥성 우심실 심근증 (ARVC) | 우심실 벽의 지방변성, 섬유화 | 심실성 부정맥, 돌연사 위험 | Plakophilin-2 등 결합단백 돌연변이 |
비정형/분류불능 (Unclassified) | Löffler 심근증, noncompaction cardiomyopathy 등 |
3. 병태생리와 해부생리학적 변화
확장성 심근증 (Dilated Cardiomyopathy)
- 심실 확장 → 심근 벽 얇아짐
- 수축 기능 저하 → 박출률(EF) 감소 (<40%)
- 심부전 발생 → 폐부종, 간울혈 등 이차증상
비대성 심근증 (Hypertrophic Cardiomyopathy)
- 심근 벽 비후 (특히 중격) → 이완 장애
- LVOT obstruction 발생 시, 수축기 동안 혈류 장애
- 심방 확장 → 심방세동, 혈전 형성 위험
제한성 심근증 (Restrictive Cardiomyopathy)
- 심실 이완 기능 심각한 장애 → 심실 충만량 감소
- 벽은 정상이지만 이완 순응도 저하
- 심방의 압력 상승 및 확대
4. 임상 증상
운동불내성 | 박출량 저하 또는 이완기 충만 부족 |
호흡곤란 | 폐울혈 또는 폐부종 |
실신, 어지러움 | 부정맥 또는 박출량 급감 |
부종, 복수 | 우심부전 소견 |
심계항진 | 심방세동 또는 심실성 빈맥 |
5. 진단 방법
심장초음파 (Echocardiography)
- 심실 벽 두께, 심실 내강 크기, EF 측정
- Doppler를 통한 이완기 기능 평가 (E/A ratio, E/e' 등)
- LVOT obstruction, MR(승모판 역류) 동반 여부 확인
심전도 (ECG)
- 비특이적 ST-T 변화, 좌심실 비대, 심방세동 등
- ARVC의 경우 epsilon wave 확인 가능
심장 MRI
- Late gadolinium enhancement (LGE): 섬유화 패턴 분석
- HCM vs Infiltrative RCM 감별
- ARVC에서 지방 침윤 확인
심장 CT
- 관상동맥 협착 배제 (허혈성 감별)
- 석회화 확인
심근 생검 (Endomyocardial biopsy)
- 조직학적으로 아밀로이드, 사르코이드증, 염증 확인
혈액검사
- NT-proBNP, Troponin I/T 증가 (심부전 및 손상 지표)
6. 유전적 검사
- 특히 비대성 심근증, ARVC 등에서는 가계력 확인과 유전자 검사 중요
- TTN, LMNA, MYH7, MYBPC3 등 다양한 유전자 연관
7. 치료
확장성 심근증
- ACEi/ARB, β-blocker, MRA (e.g. spironolactone), SGLT2i
- CRT (심장재동기화 치료): LBBB 동반 시
- ICD 삽입: EF <35%, 심실성 부정맥 위험 시
- 심장이식: 말기 심부전 시 고려
비대성 심근증
- β-blocker, Verapamil: 이완기 기능 개선
- Septal ablation or myectomy: LVOT 폐쇄형에서 수술적 치료
- ICD 삽입: 심정지 위험 고위험군에서
제한성 심근증
- 원인 치료(예: 아밀로이드 치료) 중심
- 증상 완화 위한 이뇨제 사용
- 심방세동 조절 및 항응고제 사용 고려
8. 예후
DCM | EF가 낮고, 부정맥 심한 경우 생존율 낮음 |
HCM | 돌연사의 위험 있음 (특히 젊은 남성) |
RCM | 기저 원인에 따라 다름 (아밀로이드증 예후 불량) |
ARVC | 심실성 부정맥 → 심장돌연사 가능성 |
9. 최신 치료 및 연구 동향
- 유전자 치료: TTN 돌연변이 교정 연구 진행 중
- RNA 기반 치료: HCM의 sarcomeric mutation 조절
- SGLT2 억제제: 당뇨 외에도 심부전 치료제로 자리 잡음
- 스마트 웨어러블: 조기 부정맥 감지 (Apple Watch, 심전도 패치 등)
심근증은 심장 근육 자체에 이상이 생겨 심장의 구조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들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이는 관상동맥 질환(협심증, 심근경색), 고혈압, 판막 질환 등 다른 심장 문제로 인해 이차적으로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경우와는 구별되는, 심장 근육 자체의 원발성 질환을 주로 의미합니다.
심근증의 주요 종류:
심근증은 심장 근육의 변화 양상과 기능 이상에 따라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확장성 심근증 (Dilated Cardiomyopathy, DCM):
- 특징: 가장 흔한 형태의 심근증입니다. 심장의 주 펌프 역할을 하는 심실, 특히 좌심실이 늘어나고(확장) 심장 벽이 얇아집니다. 이로 인해 심장 근육의 수축력이 약해져 혈액을 온몸으로 효과적으로 펌프질하지 못하게 됩니다(수축기 기능 장애).
- 원인: 약 절반 정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Idiopathic)이며,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 바이러스 감염 후(심근염 후유증), 과도한 알코올 섭취, 특정 항암제나 독성 물질 노출, 임신 및 출산 관련(주산기 심근증), 자가면역 질환, 특정 영양 결핍(드묾)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주요 증상: 주로 심부전 증상이 나타납니다. 호흡 곤란(특히 운동 시 또는 누웠을 때), 심한 피로감, 발목/다리/복부 부종, 심계항진(두근거림), 어지러움, 기침 등.
- 비후성 심근증 (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
- 특징: 심장 근육, 특히 좌심실 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비대) 질환입니다. 근육이 두꺼워지고 뻣뻣해져 심장이 혈액을 채우는 기능(이완기 기능 장애)에 문제가 생깁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두꺼워진 심장 근육(특히 심실 중격)이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나가는 길(유출로)을 막아 혈액 흐름을 방해하기도 합니다(폐쇄성 비후성 심근증).
- 원인: 대부분 유전적 요인(상염색체 우성 유전)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심장 근육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주원인입니다.
- 주요 증상: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운동 시 호흡 곤란, 흉통, 어지러움, 실신(기절), 심계항진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급사(Sudden Cardiac Death)이며, 특히 젊은 운동선수에서 급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부정맥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 제한성 심근증 (Restrictive Cardiomyopathy, RCM):
- 특징: 비교적 드문 형태입니다. 심실 벽의 두께는 정상이거나 약간 두꺼울 수 있지만, 심장 근육이 매우 뻣뻣해져서(탄력성 감소) 심실이 제대로 이완하여 혈액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질환입니다(이완기 기능 장애). 심장의 수축 기능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 원인: 심장 근육 조직 사이에 비정상적인 물질이 침착되거나(아밀로이드증, 사르코이드증, 혈색소증 등), 섬유화가 진행되거나, 방사선 치료 후유증 등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도 있습니다.
- 주요 증상: 확장성 심근증과 유사한 심부전 증상(호흡 곤란, 피로, 부종)이 주를 이루지만, 혈액을 채우는 문제로 인해 특히 부종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정맥도 흔히 동반됩니다.
- 부정맥 유발성 우심실 심근증 (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 ARVC 또는 ARVD):
- 특징: 주로 우심실의 심장 근육이 점차 지방 조직이나 섬유 조직으로 대체되면서 심장 벽이 얇아지고 기능이 저하되는 유전성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심실성 부정맥(심실 빈맥, 심실 세동)이 발생하기 쉬워 급사의 위험이 높습니다. 좌심실 침범도 가능합니다.
- 원인: 주로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세포 간의 연결을 담당하는 데스모좀 단백질 관련 유전자 변이가 흔합니다.
- 주요 증상: 심계항진, 어지러움, 실신, 드물게 우심부전 증상. 운동 중에 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젊은 연령에서의 급사가 첫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 미분류 심근증 (Unclassified Cardiomyopathies):
- 위의 분류에 명확히 속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 타코츠보 심근증 (Takotsubo Cardiomyopathy): '상심 증후군' 또는 '스트레스성 심근증'으로도 불립니다. 극심한 감정적 또는 신체적 스트레스 후 갑자기 좌심실 끝부분의 수축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심장 모양이 문어 잡는 항아리(타코츠보)처럼 변하는 상태입니다. 대부분 일시적이며 회복되지만, 급성기에 심부전이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좌심실 무압축 (Left Ventricular Noncompaction, LVNC): 태아기 발달 과정에서 치밀화되어야 할 심장 근육 일부가 스펀지처럼 엉성한 구조로 남아있는 선천성 질환입니다. 심부전, 혈전 형성, 부정맥의 위험이 있습니다.
심근증의 공통적인 증상:
어떤 종류의 심근증이든 진행되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호흡 곤란 (활동 시, 휴식 시, 누웠을 때)
- 만성 피로 및 쇠약감
- 다리, 발목, 발의 부종
- 복부 팽만 또는 복수
- 가슴 통증 또는 압박감
-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 (심계항진)
- 어지러움, 현기증, 실신
- 기침 (특히 밤에 심하거나 누우면 발생)
진단 방법:
- 병력 청취 및 신체 검진: 증상, 가족력, 위험 요인 등을 확인하고 청진 등을 통해 심잡음이나 폐의 이상 소견을 확인합니다.
- 심전도 (ECG/EKG): 심장 리듬 이상(부정맥), 심장 근육 비대, 심장 허혈 등을 평가합니다.
- 심장 초음파 (Echocardiogram): 가장 중요한 진단 도구입니다. 심장의 크기, 심장 벽 두께, 심장 판막 기능, 심장 수축 및 이완 기능(심박출률 등)을 실시간 영상으로 평가하여 심근증의 종류와 심각도를 진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흉부 X선: 심장 크기 증가(심비대)나 폐부종(폐울혈) 여부를 확인합니다.
- 혈액 검사: 심부전 정도를 반영하는 BNP 또는 NT-proBNP 수치 측정, 전해질, 신장/간 기능 평가, 갑상선 기능 검사, 특정 원인 감별(예: 아밀로이드증 관련 검사) 등을 시행합니다.
- 심장 MRI: 심장 구조, 조직 특성(섬유화, 지방 침착, 염증 등)을 매우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 특정 심근증(HCM, ARVC, 아밀로이드증, 사르코이드증 등)의 진단과 예후 평가에 유용합니다.
- 운동 부하 검사: 운동 시 증상 유발 여부, 심전도 변화, 운동 능력 등을 평가합니다.
- 홀터 모니터링 또는 이벤트 기록기: 24시간 이상 심전도를 기록하여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을 진단합니다.
- 유전자 검사: HCM, ARVC, 일부 DCM 등 유전성 심근증이 의심될 때 원인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할 수 있습니다. 가족 검사에도 활용됩니다.
- 심근 조직 검사: 심장 내 혈관을 통해 특수 기구를 넣어 심장 근육 조직을 소량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검사합니다. 제한성 심근증의 원인(아밀로이드증, 사르코이드증 등)이나 심근염 등을 감별 진단할 때 제한적으로 시행됩니다.
- 심도자술 및 관상동맥 조영술: 심장 내 압력을 측정하거나, 심근증 증상이 관상동맥 질환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될 수 있습니다.
치료 목표 및 방법:
심근증 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집니다.
- 증상 완화 및 삶의 질 향상
- 질병 진행 속도 늦추기
- 합병증(심부전 악화, 부정맥, 혈전, 급사 등) 예방
치료 방법은 심근증의 종류, 중증도, 증상, 합병증 유무에 따라 달라지며, 여러 방법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생활 습관 개선: 저염식, 수분 섭취 조절, 금연, 금주, 적절한 체중 유지, 의사와 상의 하에 적절한 강도의 운동.
- 약물 치료:
- 심부전 치료제: ACE 억제제, ARB, ARNI, 베타 차단제, 이뇨제, 알도스테론 길항제 등 (주로 DCM, RCM에 사용)
- 심박수 및 리듬 조절 약물: 베타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HCM 일부), 항부정맥제(아미오다론 등)
- 항응고제 (혈액 희석제): 혈전 예방을 위해 (심방세동 동반, 심박출률 저하 시)
- 비후성 심근증 특이 약물: 심근 수축력 조절 약물(마바캄텐 등 최신 약물)
- 이식형 제세동기 (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 ICD): 치명적인 부정맥 발생 시 전기 충격을 주어 급사를 예방하는 장치. 특히 HCM, ARVC, 심한 기능 저하를 보이는 DCM 환자에게 중요합니다.
- 심장 재동기화 치료 (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CRT): 심장 양쪽 심실의 수축 타이밍을 조절해주는 특수 박동기. 심한 심부전과 특정 심전도 소견을 보이는 DCM 환자의 증상 개선 및 예후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 심박 조율기 (Pacemaker): 느린 맥박(서맥) 치료에 사용됩니다.
- 수술 및 시술:
- 심실 중격 절제술 (Septal Myectomy): 폐쇄성 비후성 심근증에서 두꺼워진 심실 중격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여 혈액 흐름을 개선하는 방법.
- 알코올 중격 절제술 (Alcohol Septal Ablation): 폐쇄성 비후성 심근증에서 심도자술을 이용하여 두꺼워진 심실 중격 부위에 알코올을 주입하여 해당 부위 근육을 괴사시키는 시술.
- 심장 이식: 다른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이 심하게 진행된 말기 심근증 환자에게 고려되는 최종 치료법.
- 심실 보조 장치 (Ventricular Assist Device, VAD): 심장 이식을 기다리거나 이식이 불가능한 말기 심부전 환자에서 심장의 펌프 기능을 보조하는 기계 장치.
예후:
심근증의 예후는 종류, 원인, 진단 시점의 중증도, 치료 반응,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일부 경증 환자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만성적으로 진행하며 심부전 악화, 부정맥, 급사 등의 위험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최근 진단 기술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많은 환자들이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 전문의와의 긴밀한 협조가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