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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 고혈압(Pulmonary Hypertension, PH)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는 폐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폐동맥)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심각하고 복잡한 질환입니다. 우리가 흔히 팔에서 재는 전신 혈압(고혈압)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1. 폐동맥 고혈압이란 무엇인가?
- 정의: 폐동맥 내의 평균 혈압(mean Pulmonary Arterial Pressure, mPAP)이 안정 시 20mmHg 이상으로 상승한 상태를 말합니다. (과거 기준은 25mmHg였으나, 최근 가이드라인에서 변경됨). 이는 폐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거나 손상되어 혈액이 폐를 통과하기 어려워지면서 발생합니다.
- 결과: 폐동맥의 압력이 높아지면, 심장의 우측 부분, 특히 우심실(Right Ventricle)은 좁아진 폐 혈관을 통해 혈액을 밀어내기 위해 더 힘들게 일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심실은 과부하로 인해 두꺼워지고(비대) 늘어나며 결국 기능이 약화됩니다. 이를 우심부전(Right Heart Failure) 또는 폐성심(Cor Pulmonale)이라고 하며, 심각한 증상과 생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폐동맥 고혈압의 분류 (WHO 분류)
폐동맥 고혈압은 원인과 병태생리가 매우 다양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5개의 주요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이는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 그룹 1: 폐동맥 고혈압 (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
- 특징: 폐의 작은 동맥(세동맥) 자체에 문제가 생겨 혈관벽이 두꺼워지고(리모델링), 좁아지고, 뻣뻣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 원인:
- 특발성 (Idiopathic PAH, IPAH):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 유전성 (Heritable PAH, HPAH):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된 경우 (예: BMPR2).
- 약물 및 독소 유발: 특정 식욕억제제(펜플루라민 등), 암페타민, 코카인 등.
- 동반 질환 관련:
- 결합 조직 질환 (교원병): 특히 전신 경화증(피부경화증), 루푸스(SLE) 등.
- HIV 감염.
- 문맥 고혈압 (간 질환 동반).
- 선천성 심장 질환 (좌우 단락 동반).
- 주혈흡충증 (Schistosomiasis - 특정 지역 풍토병).
- 그룹 2: 좌심장 질환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PH due to Left Heart Disease)
- 특징: 가장 흔한 원인. 좌심실 기능 부전(수축기 또는 확장기), 승모판 또는 대동맥판 질환 등 좌심장의 문제로 인해 폐정맥과 폐모세혈관의 압력이 상승하고, 이것이 폐동맥으로 전달되어 압력이 높아지는 경우입니다 ("수동적" 폐고혈압 또는 "후모세혈관성" 폐고혈압).
- 원인: 좌심실 수축기능 부전, 좌심실 확장기능 부전 (보존 심박출률 심부전), 좌측 심장 판막 질환 (승모판 협착/폐쇄부전, 대동맥판 협착/폐쇄부전).
- 그룹 3: 폐 질환 및/또는 저산소증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PH due to Lung Diseases and/or Hypoxia)
- 특징: 만성 폐 질환이나 만성적인 산소 부족 상태로 인해 폐 혈관이 수축(저산소성 폐혈관 수축)하고 구조적 변화(리모델링)가 일어나 폐동맥 압력이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 원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 (COPD), 간질성 폐질환 (폐섬유화 등), 수면 무호흡증 (OSA), 만성 고산지대 노출.
- 그룹 4: 폐동맥 폐쇄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PH due to Pulmonary Artery Obstructions)
- 특징: 주로 만성 혈전 색전성 폐고혈압 (Chronic Thromboembolic Pulmonary Hypertension, CTEPH)이 해당됩니다. 급성 폐 색전증(혈전)이 완전히 용해되지 않고 만성화되어 폐동맥을 막거나 좁혀서 발생합니다. 수술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그룹과 차별화됩니다.
- 기타 드문 원인: 폐동맥 종양, 동맥염 등.
- 그룹 5: 불분명하거나 다요인성 기전에 의한 폐동맥 고혈압 (PH with Unclear and/or Multifactorial Mechanisms)
- 특징: 여러 가지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명확한 기전을 알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 원인: 혈액 질환(만성 용혈성 빈혈, 골수 증식성 질환), 전신 질환(유육종증, 혈관염), 대사 질환(갑상선 질환, 당원병), 만성 신부전 등.
3. 증상 (Symptoms)
폐동맥 고혈압의 증상은 초기에는 비특이적이어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증상이 뚜렷해집니다.
- 호흡 곤란 (Dyspnea): 특히 활동 시 숨쉬기가 힘들어집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
- 피로감, 쇠약감: 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쉽게 지칩니다.
- 흉통 또는 압박감: 특히 운동 시 우심실에 가해지는 부담 증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협심증과 유사).
- 어지럼증 또는 실신 (Syncope or Presyncope):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거나 부정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부종 (Edema): 발목, 다리, 복부(복수) 등이 붓는 증상 (우심부전으로 인한 체액 저류).
- 입술이나 피부가 파랗게 변함 (청색증, Cyanosis): 혈중 산소 농도 저하.
- 빠른 맥박 또는 심계항진 (두근거림): 심장이 보상 작용으로 빨리 뛰거나 부정맥 발생 시.
- 쉰 목소리: 확장된 폐동맥이 되돌이 후두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드묾).
4. 진단 (Diagnosis)
진단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며, 단순히 폐동맥 압력이 높은지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원인)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병력 청취 및 신체 검사: 증상, 위험 인자, 가족력 등을 확인하고, 청진 시 특징적인 심음(P2 강조음), 심잡음, 경정맥 확장(목 혈관 돌출), 부종 등을 확인합니다.
- 심전도 (ECG): 우심실 비대, 우심방 확장, 우각 차단 등 우심장 부담을 시사하는 소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흉부 X선: 폐동맥 확장, 우심실 비대 소견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 심장 초음파 (Echocardiogram, TTE):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선별 검사. 폐동맥 수축기 압력(PASP)을 추정하고, 우심실/우심방의 크기와 기능, 판막 이상, 선천성 심질환 여부, 좌심장 기능 등을 평가합니다. PH를 강력히 시사할 수 있지만, 확진 검사는 아닙니다.
- 폐 기능 검사 (PFTs) 및 동맥혈 가스 분석 (ABGA): 그룹 3에 해당하는 기저 폐 질환 유무 및 심각도, 저산소증 여부를 평가합니다.
- 환기-관류 스캔 (V/Q scan): CTEPH (그룹 4) 진단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검사. 폐의 환기와 혈류 간의 불일치를 확인하여 혈전성 폐쇄를 시사하는 소견을 찾습니다.
- 흉부 CT (HRCT, CT Pulmonary Angiography): HRCT는 간질성 폐질환(그룹 3) 평가에, CTPA는 폐동맥 혈전(급성 PE 또는 CTEPH의 증거) 확인에 유용합니다.
- 혈액 검사: 전혈구 검사, 간/신기능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BNP/NT-proBNP(심장 부담 지표), 자가 항체 검사(결합 조직 질환), HIV 검사 등 원인 감별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합니다.
- 수면 다원 검사 (Polysomnography): 수면 무호흡증(그룹 3)이 의심될 때 시행합니다.
- 우심 도자술 (Right Heart Catheterization, RHC): 폐동맥 고혈압 확진을 위한 표준 검사(Gold Standard).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우심방, 우심실, 폐동맥까지 넣어 직접 압력(우심방압, 우심실압, 폐동맥압 - 평균/수축기/이완기)과 폐모세혈관 쐐기압(PCWP - 좌심방압 추정)을 측정합니다. 심박출량(Cardiac output)도 측정하여 폐 혈관 저항(PVR)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PH 진단 확정, 중증도 평가, WHO 그룹 분류(모세혈관 전/후 구분), 일부 그룹 1 환자에서 혈관 확장제 반응 검사(vasoreactivity testing)를 시행하여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5. 치료 (Treatment)
치료는 폐동맥 고혈압의 WHO 그룹에 따라 매우 다르며, 전문 의료기관에서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 일반적인 치료 및 관리 (대부분의 그룹에 해당):
- 산소 치료: 저산소증이 있는 경우.
- 이뇨제: 부종 및 체액 저류 조절.
- 항응고제 (와파린 등): 특히 그룹 1 (PAH) 및 그룹 4 (CTEPH) 환자에서 혈전 위험 감소를 위해 사용.
- 백신 접종: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백신으로 호흡기 감염 예방.
- 운동 재활: 감독 하에 적절한 강도로 시행.
- 임신 회피: 특히 그룹 1 환자에서 임신은 매우 위험합니다.
- 고지대 여행 자제.
- 기저 질환 치료 (그룹 2, 3, 5): 해당 그룹의 핵심 치료.
- 그룹 2: 좌심부전 약물 치료 최적화, 판막 질환 교정 등 좌심장 문제 해결.
- 그룹 3: 기저 폐 질환 치료 (흡입기, 스테로이드 등), CPAP 사용(수면 무호흡증), 산소 치료.
- 그룹 5: 해당되는 전신 질환 치료.
- CTEPH 특이적 치료 (그룹 4):
- 폐동맥 내막 절제술 (Pulmonary Thromboendarterectomy, PTE):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입니다.
- 표적 약물 치료 (Riociguat 등):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잔존/재발성 PH가 있는 경우 사용.
- 풍선 폐동맥 성형술 (Balloon Pulmonary Angioplasty, BPA):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서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시술.
- PAH 특이적 표적 치료 (주로 그룹 1에 사용, 일부 다른 그룹에서 고려): 폐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관 리모델링을 억제하는 약물. 종종 병용 요법으로 사용됩니다.
-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 약물: 에포프로스테놀(정맥주사), 트레프로스티닐(주사, 흡입, 경구), 일로프로스트(흡입), 셀렉시팍(경구). (강력한 혈관 확장 및 항증식 효과).
-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 (ERAs): 보센탄, 암브리센탄, 마시텐탄 (혈관 수축 물질인 엔도텔린 차단).
- 산화질소(NO) 경로 약물:
- PDE-5 억제제: 실데나필, 타다라필 (cGMP 분해 억제하여 혈관 확장).
-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GC) 촉진제: 리오시구앗 (cGMP 생성 촉진 및 NO 민감도 증가).
- 칼슘 채널 차단제 (CCBs): 우심 도자술 시 혈관 확장제 반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극히 일부의 그룹 1 환자에게만 사용합니다.
- 폐 이식: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심한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서 고려될 수 있는 최후의 치료법입니다.
6. 예후 (Prognosis)
- 폐동맥 고혈압의 예후는 WHO 그룹, 진단 시 중증도, 치료 반응, 동반 질환 유무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 과거에는 특히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IPAH)의 예후가 매우 불량했지만, 지난 20-30년간 다양한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생존율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 하지만 여전히 폐동맥 고혈압은 심각하고 진행성인 질환이며, 완치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CTEPH의 성공적인 수술 제외).
- 그룹 2, 3의 예후는 기저 심장 또는 폐 질환의 경과에 크게 좌우됩니다.
- 조기 진단과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예후를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폐동맥 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폐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복잡하고 심각한 상태입니다. 숨가쁨, 피로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간과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정확한 원인 분류(WHO 그룹)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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