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심장의 가장 바깥쪽을 둘러싸고 있는 막인 심낭(Pericardium)에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 즉 심낭 질환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심낭은 심장을 보호하고 제 위치에 고정하며, 과도하게 팽창하는 것을 막고 마찰을 줄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 심낭의 구조
심낭은 두 개의 주요 층으로 구성됩니다:
- 섬유성 심낭 (Fibrous Pericardium): 가장 바깥쪽의 질기고 신축성이 적은 섬유 조직층입니다. 심장을 보호하고 흉강 내에서 제 위치를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 장막성 심낭 (Serous Pericardium): 섬유성 심낭 안쪽에 위치하며, 두 겹으로 나뉩니다.
- 벽측 장막 심낭 (Parietal Layer): 섬유성 심낭의 안쪽 면에 붙어 있습니다.
- 장측 장막 심낭 (Visceral Layer) = 심외막 (Epicardium): 심장 근육의 표면에 직접 붙어 있습니다.
- 심낭 공간 (Pericardial Cavity): 벽측 장막과 장측 장막(심외막) 사이에 있는 잠재적인 공간으로, 정상적으로는 소량(약 15~50mL)의 맑은 심낭액(Pericardial fluid)이 들어있어 심장이 뛸 때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2. 주요 심낭 질환
가. 급성 심낭염 (Acute Pericarditis)
- 정의: 심낭에 갑작스럽게 염증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가장 흔한 심낭 질환입니다.
- 원인:
- 바이러스 감염: 가장 흔한 원인 (콕사키 바이러스, 에코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HIV, COVID-19 등). 주로 감기나 장염 같은 바이러스 질환 후에 발생합니다.
- 원인 불명 (Idiopathic): 많은 경우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우며, 대개 바이러스성으로 추정합니다.
- 세균 감염: 과거보다 드물지만 결핵균, 폐렴구균, 포도상구균 등에 의해 발생 가능하며 중증일 수 있습니다.
- 진균 감염: 면역 저하자에게서 드물게 발생합니다.
- 심근경색 후: 심근경색 발생 며칠 후 또는 몇 주 후(드레슬러 증후군, Dressler's syndrome) 발생 가능.
- 심장 수술 후: 심장 수술 부위의 염증 반응으로 발생.
- 요독증 (Uremia):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 체내 노폐물 축적으로 발생.
- 종양: 폐암, 유방암, 림프종 등의 악성 종양이 심낭으로 전이되거나 직접 침범하는 경우.
- 자가면역 질환: 전신 홍반 루푸스(SLE), 류마티스 관절염 등.
- 외상: 흉부 외상.
- 방사선 치료: 흉부 방사선 조사 후.
- 약물: 일부 항암제, 항생제 등.
- 증상:
- 흉통: 가장 특징적인 증상. 보통 가슴 중앙이나 좌측에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양상을 보이며, 숨을 깊게 들이쉬거나 기침할 때, 누울 때 악화되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완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늑막성 통증 양상).
- 심낭 마찰음 (Pericardial friction rub): 청진 시 심장 박동에 맞춰 "서걱거리는" 또는 "삐걱거리는" 특징적인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심낭의 염증이 생긴 두 층이 서로 마찰하며 나는 소리).
- 발열, 오한, 전신 쇠약감, 근육통 등 동반 가능.
- 호흡 곤란 (통증 때문에 숨을 깊게 못 쉬거나 심낭 삼출 동반 시).
- 진단: 특징적인 흉통, 심낭 마찰음 청진, 심전도(ECG) 소견(광범위한 ST 분절 상승, PR 분절 하강), 혈액 검사(염증 수치 상승 - CRP, ESR), 심장 초음파(심낭 삼출 유무 확인).
- 치료:
- 안정 및 휴식.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NSAIDs): 이부프로펜, 인도메타신 등 고용량으로 투여하여 염증과 통증 조절. (아스피린도 사용 가능)
- 콜히친 (Colchicine): 염증을 줄이고 특히 재발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며, NSAIDs와 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스테로이드: NSAIDs에 반응하지 않거나 특정 원인(자가면역 질환 등)일 경우 고려되나, 바이러스성 심낭염에 조기 사용 시 재발률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기저 원인 치료: 결핵, 세균 감염, 요독증 등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
나. 심낭 삼출 (Pericardial Effusion)
- 정의: 심낭 공간 내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액체(심낭액)가 고이는 상태입니다.
- 원인: 급성 심낭염의 거의 모든 원인이 심낭 삼출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즉, 염증 반응으로 인해 심낭액 분비가 증가하거나 흡수가 저해되기 때문입니다. 심부전, 갑상선 기능 저하증, 외상, 종양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증상:
- 삼출액의 양과 축적 속도에 따라 다릅니다. 천천히 소량이 쌓이면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 양이 많아지거나 빨리 쌓이면 심장을 압박하여 증상을 유발합니다.
- 호흡 곤란 (가장 흔함), 마른 기침, 가슴 답답함 또는 압박감, 삼킴 곤란 (식도 압박 시), 쉰 목소리 (되돌이 후두 신경 압박 시).
- 진단: 심장 초음파 (Echocardiogram)가 가장 중요하고 표준적인 검사법으로, 삼출액의 유무, 양, 위치, 심장 압박 여부(심장 압전 징후)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흉부 X선에서 심장 크기가 커진 것("물통 모양 심장")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심전도에서 QRS 전압 감소, 전기적 교대(electrical alternans - 심장이 액체 속에서 흔들리며 QRS 파형의 크기가 변하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치료:
- 기저 원인 치료가 중요합니다.
- 양이 적고 증상이 없으면 경과 관찰.
- 양이 많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또는 원인 진단을 위해 심낭 천자(Pericardiocentesis)를 시행하여 삼출액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다. 심장 압전 (Cardiac Tamponade)
- 정의: 심낭 삼출이 심해지거나 빠르게 발생하여 심낭 내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심장(특히 우심방, 우심실)을 외부에서 압박하여, 심장 안으로 혈액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게(확장기 충만 장애) 만들어 심박출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매우 위험한 응급 상황입니다.
- 원인: 심낭 삼출을 일으키는 모든 원인이 가능하나, 특히 외상(심장 파열), 심장 수술 합병증, 대동맥 박리 파열, 암 전이, 결핵성 심낭염, 급성 심낭염 등에서 삼출액이 빠르게 축적될 때 잘 발생합니다. 만성적인 다량의 삼출에서도 발생 가능합니다.
- 증상:
- 벡의 삼중 징후 (Beck's triad -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님): (1) 저혈압, (2) 경정맥 확장 (목 혈관이 튀어나옴), (3) 심음 감소 (심장 소리가 멀게 들림).
- 호흡 곤란, 빈호흡.
- 빠른 맥박 (빈맥).
- 기이 맥박 (Pulsus paradoxus): 숨을 들이쉴 때 수축기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10mmHg 이상) 떨어지는 현상.
- 불안감, 식은땀, 어지러움, 실신, 쇼크 상태.
- 진단: 임상 증상과 징후로 강력히 의심하고, 응급 심장 초음파로 확진합니다 (심낭 삼출 확인, 우심방/우심실 함몰 소견, 하대정맥 확장 및 호흡성 변화 소실 등).
- 치료: 응급 심낭 천자를 통해 고여있는 심낭액을 즉시 뽑아내어 심장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입니다. 동시에 수액 공급으로 일시적인 혈압 유지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필요합니다.
라. 교착성 (수축성) 심낭염 (Constrictive Pericarditis)
- 정의: 만성적인 염증의 결과로 심낭이 두꺼워지고 섬유화되어 딱딱하게 굳어지거나 석회화되어, 마치 "갑옷"처럼 심장을 조이게 되는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심장이 확장기에 충분히 이완하고 늘어나는 것이 방해받아 혈액 충만이 어려워지고 심박출량이 감소합니다.
- 원인: 결핵성 심낭염의 후유증(과거에 흔했음), 바이러스성/세균성 심낭염의 후유증, 심장 수술 후, 흉부 방사선 치료 후, 요독증, 외상, 종양, 자가면역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원인 불명인 경우도 많습니다.
- 증상: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우심부전 증상: 심장으로 혈액이 잘 못 들어가 정맥계에 울혈이 생기므로, 목 혈관 확장(JVD), 간 비대 및 압통, 복수, 하지 부종 등이 두드러집니다.
- 운동 시 호흡 곤란, 만성 피로감.
- 쿠스마울 징후 (Kussmaul's sign): 숨을 들이쉴 때 오히려 경정맥압이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
- 심낭 노크음 (Pericardial knock): 청진 시 심장 확장 초기에 딱딱한 심낭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
- 진단: 심장 초음파(두꺼워진 심낭, 특징적인 심실 중격의 움직임 - Septal bounce, 호흡에 따른 혈류 속도 변화), 흉부 CT 또는 심장 MRI (심낭의 두께, 석회화 유무 평가에 유용), 심도자 검사 (심장 각 방의 압력을 측정하여 특징적인 압력 파형 확인 - 모든 심실의 확장기말 압력 상승 및 동일화).
- 치료:
- 증상 완화를 위해 이뇨제를 사용하여 체액 과부하를 조절합니다.
- 근본적인 치료는 심낭 절제술 (Pericardiectomy)로, 두꺼워지고 딱딱해진 심낭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수술 위험도가 높고 회복 기간이 길지만, 성공하면 증상이 크게 호전될 수 있습니다.
3. 심낭 질환의 공통 진단 방법
- 병력 청취 및 신체 검진 (흉통 양상, 심낭 마찰음, 경정맥 확장, 맥박 등 확인)
- 심전도 (ECG)
- 심장 초음파 (Echocardiogram) - 매우 중요
- 흉부 X선 촬영
- 혈액 검사 (염증 수치, 심근 효소, 원인 질환 검사 등)
- CT 또는 MRI
- 심낭 천자 (진단적 목적 및 치료 목적)
- 심낭 조직 검사 (드물게 시행)
결론적으로, 심낭 질환은 비교적 흔한 급성 염증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 만성적인 기능 제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집니다. 특징적인 증상 발생 시 정확한 진단과 원인 규명,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며, 특히 심장 압전은 신속한 처치가 필수적입니다.
728x90
반응형
LIST